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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데슬]JUSTICE! <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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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데슬]JUSTICE! <5>

하늘로켓 2016. 8. 24. 23:46

 

JUSTICE! <1> : http://haneulrocket.tistory.com/2

JUSTICE! <2> : http://haneulrocket.tistory.com/3

JUSTICE! <3> : http://haneulrocket.tistory.com/5

JUSTICE! <3> 무삭제 : http://haneulrocket.tistory.com/4

JUSTICE! <4> : http://haneulrocket.tistory.com/6

 

JUSTICE! <5> 무삭제 : http://haneulrocket.tistory.com/7

무삭제 포스팅 비밀번호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219050 

↑화조풍월 4권 페이지 수 '세자리 숫자'입니다. PC버전으로 봐야 보이네요 ;ㅅ;

 

 

 

 

 

 데몬은 느리게 눈을 떴다. 폭신한 베게와 이불 속이었다. 그리고 낯선 천장. 잠이 덜 깬 머리로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알고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데몬은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곳엔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깨어났으면 칭찬 좀 해주시죠. 제국 헌법을 1조부터 열 번은 외운 것 같습니다.”
 “…왜?”

 

 팬텀은 대답 대신 그의 하반신을 턱으로 가리켰다. 속옷 한 장이 입혀져 있을 뿐,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와중에 속옷도 그의 것이 아니다. 데몬은 곧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냈다. 그가 손으로 얼기설기 흉터가 남은 허벅지를 쓸자 팬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레이저로 지지고 봉합했습니다. 로즈티가 피부에 좋다지만 터진 상처에 펄펄 끓는 걸 들이붓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아…….”
 “흉터 심하게 남은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잠 다 깼으면 일어나 보시죠. 움직이는 데 불편한 거 없나 확인하게.”

 

 데몬은 그가 손을 잡아끄는 대로 바닥을 딛고 섰다. 발이 바닥에 닿을 때 마다 따갑게 울리던 통증이 사라져 있었다. 두어 걸음 소심한 보폭으로 걷더니 편안한 걸음으로 돌아다니며 다리를 굽혔다 펴보기도 했다. 그가 간단한 운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침실의 주인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별명이 마타 하리인 미인과의 연애는 청소년 관람 불가 로맨스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오멘 뺨치는 고어물로 만드십니까.”
 “다리 잘 움직입니다. 좀 당기긴 한데 불편할 정도는 아닙니다.”
 “말 돌리지 마세요. 제대로 설명해 주셔야 할 겁니다.”

 

 그가 딱딱하게 목소리를 굳히자 알겠다는 듯 손을 들어 항복의 의사를 보였다.

 

 “그 전에 병원은 아닌 것 같고, 여기가 어딥니까?”
 “제 집입니다.”
 “법조인 연봉이 세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봤지만…….”
 “물려받은 겁니다. 같은 공무원끼리 무슨.”

 

 데몬이 몸을 돌려 침대에 기대 있는 팬텀에게 다가갔다. 팬텀의 어깨가 단단한 손에 눌렸다. 옷가지를 걸치지 않은 흰 허벅지가 팬텀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아래쪽에 무서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에게서 픽 웃는 소리가 났다.

 

 “뭡니까.”
 “저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니고, 여긴 딱딱한 검찰청이 아닌 당신 집입니다.”
 “…….”
 “성인용 로맨스 찍고 싶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건조한 입술에서 나온 혀가 다물린 입가를 훑고 지나갔다. 데몬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입술 주변과 턱에 마른 입맞춤이 여러 번 닿았다. 그러다 깊게 입을 맞췄다. 며칠 전, 보수적이란 이유로 키스를 거절했던 일이 떠올라 팬텀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어진 행동은 긴 머리가 덮인 그의 뒷목을 잡고 더 깊게 서로의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헐거운 셔츠 위로 마른 근육이 붙은 허리가 잡혔다. 그러자 데몬이 눈웃음을 지으며 몸을 더 붙여왔다. 팬텀은 계산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가 목에 걸린 넥타이를 끌어내렸다.

 

 “할 거 하면서도 듣고 싶은 말 들어내는 방법이 있단 걸 아셔야 할 겁니다.”
 “그런 섹스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데몬이 그의 어깨에 양 팔을 감음과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달콤한 전희가 있어야 할 자리엔 서로를 잡아먹는 입맞춤이 있었다.

 

 

 

 

 

(삭제) 

 

 

 

 

 

 “머리 뒤로 기대 주세요. 네에.”

 

 침실 옆의 욕실은 서로가 옆방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커다랗고, 마찬가지로 화려했다. 온수로 채워진 넓은 욕조에 몸을 기댄 데몬이 욕조 위에 걸터앉아있는 팬텀의 허벅지 위로 머리를 기댔다. 뜨거운 물이 온 몸을 노곤하게 풀어주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을 만큼 기진맥진했다. 똑바로 앉으려니 엉덩이가 쓰라려 엉거주춤 비스듬한 자세로 바꾸자 팬텀이 저런, 하며 소리 죽여 웃었다. 데몬이 신경질적으로 탁 쳐낸 물이 팬텀의 셔츠 가슴팍까지 튀었다. 팬텀은 아랑곳 않고 젖은 머리에 따끈한 물을 한차례 더 부었다.

 

 “그러게 무슨 고집을 그렇게 부리십니까.”

 

 두 번 고집 부렸다간 사람 잡겠다. 마지막엔 결국 다 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도 오만가지 조건까지 달았다. 데몬이 울며불며 그 요구를 다 해냈을 때야 그의 손에 갇혀 있던 성기가 해방될 수 있었다. 데몬이 고개를 돌려 팬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뚱하게 깜빡이는 눈을 보고 팬텀은 어깨를 으쓱했다. 데몬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으며 의문이 떠올랐다.

 

 “진짜 모르십니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는데 제가 어떻게 압니까.”
 “으음…….”

 

 데몬이 손끝으로 톡톡 이마를 두드리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범인이 남자를 안을 땐 칼로 허벅지를 그었습니다.”
 “아, 그렇…….”

 

 예에? 팬텀의 목소리가 욕실 벽에 부딪혀 울렸다.

 

 “처녀혈을 대신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피해자들에게 이미 들어 알고 계실 줄 알았습니다.”
 “…남성 피해자 몇이 심각한 PTSD증세를 보여 저택에서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제외한 성폭행 피해자는 여성이라 그런 일에 대해선 몰랐습니다. 왜 진작 말해주지 않은 겁니까?”
 “처음에 만났을 땐 알면서 일부러 물어 보시는 줄 알았습니다. 해서 좀 비꼬듯이 술 취해 넘어졌다고 한 건데… 정말 믿는 눈치여서 정정하기도 민망해 그냥 뒀습니다. 어차피 다른 피해자에게 증언 들으실 테고, 검사님이 저는 피해자 명단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럼 굳이 말할 필요 없다 생각했습니다.”
 “칼을 맞았는데 피해자 명단에 왜 안 들어갑니까. 강간만 불법이고 폭력은 불법 아닙니까?”

 

 팬텀은 한숨을 탁 내쉬며 욕조 옆의 플라스틱 통을 끌어 왔다. 샴푸를 듬뿍 짜 담은 손이 머리카락 위로 부드럽게 비벼졌다. 뭉게뭉게 솟아 난 하얀 거품이 긴 머리카락 끝까지 세심하게 묻혀졌다.

 

 “하지만 전에 제가 먼저 접근해서 안 된다고 하셨잖습니까.”
 “데이트 폭행이란 말이 왜 있겠습니까. 단장님, 섹스는 합의였다 쳐도 섹스하며 칼에 찔릴 목적을 가지고 그 방에 들어간 거 아니시죠? 그럼 적어도 상해 사건 피해자는 되는 겁니다.”

 

 충분히 거품을 낸 팬텀이 따듯한 물을 틀어 천천히 머리 위에 뿌렸다. 눈 감으세요, 하자 데몬이 얌전히 눈꺼풀을 내렸다. 얼굴 쪽으로 비눗물이 가지 않게 주의하며 머리카락을 헹궈냈다. 따뜻한 물속에서 받는 시중이 기분 좋은지 잔뜩 물고 빨려 부어오른 입술에서 나른한 한숨이 새나왔다. 금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관학교에서나 군부대에서나 남녀를 불문하고 여럿 울렸을 얼굴이다. 팬텀은 긴 목덜미 아래 하얀 나신에 시선을 뒀다. 젊은 나이에 맡은 단장직이 공이 아니라는 듯 마른 근육 이곳저곳에 지나간 상처들이 보였다. 물론 개중 가장 심한 건 허벅지 안쪽에 그물모양으로 얽혀 있는 난자의 흔적이다. 꿰맨 상처가 터진데다가, 조각난 살점을 맞출 겨를도 없이 소독을 하자마자 바로 레이저를 대 더 처참해진 흔적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봉합 전에 상처 사진이라도 찍어 놓는 건데. 사건 후 시일이 지났다는 게 걸리네요. 저와 가까운 의사라 소견서도 별 효력이 없을 것 같고……. 단장님 뭐 증거 될 만한 거 없습니까? 아, 저택 침실에 핏자국이 남아 있지 않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특무대 대원의 미션 내용은 극비라서. 철수할 때 제 부하들이 지문까지 다 지웠을 겁니다.”
 “거긴 뭐 그렇게 철저하답니까……. 방법이 없나.”
 “검사님.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보상 받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젠 경우가 다릅니다. 그러면 안 된다니까요.”

 

 팬텀은 깨끗한 물을 받아 마지막으로 몸을 헹구는 것으로 극진한 목욕 시중의 마무리를 해 나갔다. 데몬이 대답이 없자 하얀 등 뒤에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래요. 애초에 보상해 줄 돈을 찾는 게 우선이기도 하고. 그쪽은 제 나름대로 뭐든 해보겠습니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제 일이니까요.”
 “저와 관련한 건 조금 힘을 빼고 일하셔도 됩니다. 안 그래도 피곤하시잖습니까.”
 “공사가 완벽한 남자 취향에 부합해 볼 생각입니다.”

 

 구석구석 수건으로 닦여 침대까지 고이 안아 모신데다가, 손수 가운까지 입혀 준 뒤 팬텀은 저도 씻으러 가겠다며 욕실로 다시 향했다. 그가 젖은 머리를 털며 다시 나오기까지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볍게 샤워만 하고 나온 모양이다. 침대 위로 다가와 옆으로 누워 있던 데몬을 바로 눕히고 올라타 보송한 버드키스를 했다. 셋에 한 번 정도는 데몬도 상대방의 뺨에 응했다.

 

 “그나저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해 주실 거 아까는 왜 그렇게 고집부린 겁니까?”
 “그런 섹스도 좋아한다 했잖습니까.”

 

 데몬의 태연한 대답을 들은 팬텀이 짓궂게 웃었다.

 

 “볼기가 새빨갛게 부어오르도록 맞으며 드라이로만 다섯 번쯤 가는 섹스요?”

 

 이 인간이 꼭 한 번씩. 가운에 닿아 쓰린 엉덩이를 알게 모르게 문지르고 있던 데몬이 가볍게 눈을 흘겼다.

 

 “정신적인 쪽 말입니다. 아무 생각도 안 들게 몰아붙여지는 상황이 좋습니다.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릴 것처럼 거칠게 하는 거.”
 “매저 기가 있는 거 아닙니까, 단장님.”
 “뭐……, 조금은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데몬이 팬텀의 어깨를 밀어냈다. 슬슬 옆으로 돌아눕고 싶었다. 그러나 팬텀은 비켜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싫다 하면서도 엉덩이 맞을 때 엄청 느끼지 않았습니까. 싫어하는 사람 반응이 아니었는데. 좋아 자지러졌다면 또 모르겠지만.”
 “…제가 맞으러 이 방 들어온 게 아니면 데이트 폭행이라 하셨었죠? 그거 이 경우에도 적용됩니까?”
 “취소. 단장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이성이 나갔나 봅니다. 잘못했습니다.”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정사의 자국을 덧그리는 모습엔 사죄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데몬은 턱 밑에서 넘실거리는 금발 위로 한숨을 내쉬었다. 색이 짙은 블론드가 숨결 방향을 따라 이리저리 흩어졌다. 곱슬곱슬한 게 강아지 털 같네. 머리카락 위를 쓰다듬는 손이 다소 무례한 생각을 하는 것을 모르는 팬텀은 샤워 후의 달콤한 후희를 좀 더 만끽했다.

 팬텀은 옷 가운 안까지는 침범하지 않고 그의 위에서 금세 내려왔다. 내려 왔다 뿐이지 한 쪽 손은 그의 허리에 단단히 감겨 있다. 넓디넓은 침대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침대 주인은 마지막으로 이마에 입술을 꾸욱 찍었다. 언젠가 그의 사무실에서 가볍게 가졌던 관계의 마무리와 같았다. 팬텀은 새로 간 포실한 이불을 끌어 와 두 사람의 위에 덮었다.

 

 “이제 잡시다. 피곤하네요.”
 “전 쭉 잠들어 있다가 저녁 때 깨어났습니다만…….”
 “좀 봐주세요. 저 내일부터 결국 현장 나갑니다. 푹 자야해요.”
 “아. 직접 가보셔야 하는 상황입니까. 저택이요?”
 “저택도 다시 둘러보고, 최근 경매가 열린 곳 위주로 암시장도 돌고 올 생각입니다. 슬슬 경찰에서 올라온 보고만 받는 것도 한계다 싶어서.”

 

 이만큼 책상 조사를 했는데 나오지 않았다면 움직일 차례다. 팬텀 개인적으로도 책상 업무보단 현장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입학 전 가졌던 직업 특성상 다른 수사관들보단 눈썰미가 좋은 덕이다. 사건 수사 초기에 저택으로 우루루 몰려 왔던 기자들이 돌아가 경비 인원도 줄었으니 이전보다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돌아보고 올 수 있을 거다. 의외로 지나쳤던 것을 발견할… 가능성은 그가 며칠간 사무실에서 서류 더미를 쥐고 밤을 샌 만큼 저택에서 돋보기를 들고 조사를 한 경찰들을 생각하면 거의 없지만 말이다. 그보단 암시장 쪽에 무게를 두는 게 역시 좋겠지. 팀 내에서 무언가를 빼돌렸다면 그 곳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적된 곳이다.

 

 “방해가 안 된다면 같이 가도 됩니까? 사건 관계자로서.”

 

 팬텀의 눈앞에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데몬이 말했다. 이번엔 팬텀이 눈을 동그랗게 뜰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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